올해 ICT 분야는 코로나19 팬데믹에 타격을 입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IITP가 발표한 2021 ICT 10대 이슈의 중심도 코로나19 펜데믹이었다. 10대 이슈는 데이터, AI, 5G, 디지털 트윈, 비대면 비즈니스, 디지털 플랫폼, 홈코노미, K-콘텐츠, 빅테크, 글로벌 교역 등으로, 모두 전염병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사태의 진전이 요원한 만큼 해당 이슈를 고려하여 정책과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팬데믹 종식 어려워, 위드/포스트 코로나 대비해야
데이터-AI-5G-디지털 트윈, 코로나에 발전 가속
비대면 경제 패러다임, 영속적인지 파악 필요
올해는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잠식한 해다.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사태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종식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반면, 완전 종식이 불가능할 것이란 전문가도 적지 않다. 2/3분기에는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4분기인 지금은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2021 ICT 10대 이슈 [표=과기정통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올해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지난 11월 10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기술정책단 문형돈 단장이 발표한 ‘2021 ICT 10대 이슈’의 중심은 코로나19였다.
지난해 발표된 ‘2020 ICT 10대 이슈’는 △5G △보호무역주의 △AI △규제 △모빌리티 △신남방/신북방 정책 △구독 경제 △반도체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변화 △친환경 ICT 등을 다뤘다. 코로나19는 이 모든 항목에 영향을 끼쳤고, 2021 ICT 10대 이슈에 반영됐다.
◇ 첫 번째 이슈, “데이터 경제 시대의 개막”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평가받으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금융, 제조, 보건, 미디어, 유통, 인프라, 운송 등의 분야에서 데이터 활용이 늘고 있으며, 데이터 양과 데이터 시장 규모가 날마다 커지며 데이터 경제가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원격근무 증가와 온라인 플랫폼 사업 확대를 불러오며 데이터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데이터 댐(공공), 데이터 거래소(민간) 등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디지털 뉴딜 사업에 7.9조 원을 투입하며 데이터 경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모든 산업의 지능화와 사회 전반의 디지털 포용력을 높일 계획이다.
데이터의 가치가 올라가며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데이터 해외이전 제한, 미국은 정보 주체의 권리 확대, 중국은 데이터 해외이전 규제, 일본은 개인정보 오남용 금지를 골자로 하는 디지털법 공표 등으로 자국민의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에 수집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경제포럼(WEF) 같은 국제기구들은 데이터 주권 강화가 데이터 공유와 재사용의 제약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면서 공정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8월부터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을 시행하며 데이터 경제와 주권 사이의 균형을 찾고 있다.
◇ 두 번째 이슈, “‘AI+X’에서 ‘X+AI’”로의 전환
딥러닝,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등의 AI 기술들이 성숙하며 사업에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맥킨지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들이 공급망 관리, 제조 부문에서 60%가 넘는 비용 절감을, 마케팅 부문에선 80%의 수익 증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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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각국 정부는 AI 기술을 모든 산업에 접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차세대 AI 기술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딥러닝의 단점을 극복한 △설명이 가능한 AI, △소량 데이터로 학습이 가능한 AI, △응용 학습이 가능한 AI, △학습역량 측정이 가능한 AI 알고리즘 개발 사업은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또한, 국산 AI 특화 반도체 개발 사업에 2029년까지 약 2천5백억 원이 투입되며,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결합한 PIM(Processing-In-Memory) 반도체 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2022년부터 추진된다. 차세대 AI 기술의 개발과 발전을 통해 AI 기술은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성’에 도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AI 관련 법적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 세 번째 이슈, “5G, 디지털 경제 핵심인프라로 안착”
미국, 중국, 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5G 네트워크 상용화와 확산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5G 조기 정착을 위해 5G 인프라를 지속해서 확충하고 있다. 그 결과 5G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획득했고,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그러하며 절대적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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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저지연 송수신 가능한 5G는 전파의 거리가 짧아 LTE(4G)보다 더 많은 인프라, 즉 기지국와 중계기가 충분히 구축돼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5G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다면 5G의 장점은 무용지물이다.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약 12만 국의 5G 기지국이 구축되었으나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 2021 ICT 10대 이슈를 발표하는 IITP 기술정책단 문형돈 단장
[캡처=2021 ICT 산업전망 컨퍼런스 유튜브 화면]
품질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는 2022년까지 25조 원을 투자해 5G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있었던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LTE보다 20배 빠른, 진정한 5G라고 할 수 있는 ‘밀리미터파(mmWave; 28GHz) 대역 5G 단독모드(SA)’ 서비스가 일반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반은 인프라가 확충돼도 LTE보다 2배에서 4배가량 빠른 ‘6GHz 미만(3.5GHz) 대역 5G SA 및 비단독모드(NSA)’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합리적인 요금제가 출시되지 않은 이상 불만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밀리미터파 5G SA 서비스는 산업 현장서 전용망을 통해 활용될 전망이다.
산업에서 5G의 활용은 기지국 단에서 데이터를 분산처리 하는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술이나 동일한 물리 네트워크를 가상으로 나누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의 발달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두 기술이 상용화 수준까지 성숙하면 자율주행차량,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의 산업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 네 번째 이슈, “디지털 전환의 촉매제, 디지털 트윈”
디지털 트윈은 실제 세계와 동일한 디지털 복제본을 의미하며,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 과제로 선정됐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디지털화 가속으로 디지털 트윈 역시 확산 조짐이 보인다.
사업에 디지털 트윈이 도입되면, 사업장을 디지털 공간에 가상으로 재현하고 실제 구성 요소들과 연결할 수 있다. 시설물의 관리와 점검은 물론, 제품 테스트와 인력 훈련 등을 가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며, 이는 현실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므로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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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영국, 미국은 각각 ‘버추얼 싱가포르’, ‘VU.CITY’, ‘스마트 아메리카’라는 이름으로 국토를 가상으로 구현하여 스마트시티 플랫폼으로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정부도 전국 3차원 지도, 12cm급 고해상도 영상지도, 지하공간 통합지도, 정밀 도로지도를 가상으로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 표준화와 공통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디지털 트윈 시장은 GE, MS, 지멘스, 에머슨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산 통합 솔루션이 없어 국내에서 디지털 트윈의 도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대위아, 포스코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제품설계, 원격제어, 3D 시뮬레이션 등에 지멘스, 다쏘시스템 등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로 국내 디지털 트윈 기술이 성숙하면, 텔스타 홈멜, 버넥트, SK텔레콤, KT 등 관련 국내 기업들의 시장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코로나19 이슈, 일시적인지 영속적인지 따져봐야
다섯 번째 이슈인 “온택트 딛고 비대면 산업 도약”, 여섯 번째 이슈인 “디지털 플랫폼 기반 소비 대변혁”, 일곱 번째 이슈인 “홈코노미, 디지털 라이프의 시작”, 여덟 번째 이슈인 “K-콘텐츠, 신한류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벌어진 일련의 근무 및 소비 형태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
각각의 이슈는 ‘⑤ 다양한 영역에서의 비대면 비즈니스의 등장’, ‘⑥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소비와 마케팅 증가’, ‘⑦ 재택 기반 교육, 근무, 여가 문화의 확산’, ‘⑧ 콘텐츠와 ICT의 결합’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19는 줌 등의 원격 서비스 업체, 쿠팡 등의 이커머스 업체, 넷플릭스 등의 OTT 업체는 물론 정보보안 및 비대면 의료 업체 등을 성장시켰다.
그러나 이를 새로운 산업의 등장이나 패러다임의 변화로 봐야 할지, 소비자의 대면 소비가 제한되며 발생한 현상으로 봐야 할지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확언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정부와 기업은 소비자의 대면 소비와 비대면 소비가 모두 가능할 때도 현재의 비대면 사업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자세히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 아홉 번째 이슈 “빅테크 기업 전성시대”
올해 10월 기준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7개(애플, MS,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페이스북, 텐센트)가 ICT 플랫폼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약 7.2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천조 원에 달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M&A를 통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은 왓츠앱, 인스타그램, 지피 인수로 고유의 비즈니스를 강화했고, MS는 깃허브(오픈소스), 어펌드(클라우드), 메타스위치(5G) 인수로 비즈니스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견제를 위한 규제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7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대표를 불러 반독점 청문회를 열었다. EU는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15억 유로, 우리 돈으로 2조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월, 애플과 구글이 앱 마켓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하지 않았는지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규제에도 빅테크 기업들의 확장 행보는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는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네이버(메신저, 페이), 카카오(웹툰, 웹소설), 우아한형제들(배달)이 각자의 플랫폼을 토대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디지털 대전환으로 새로운 글로벌 경쟁 구도 대비해야
열 번째 이슈로 “글로벌 교역의 체질 변화 본격화”다. 코로나19로 디지털 통상이 성장하며 글로벌 교역의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며,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확산으로 기술 장벽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내용이었다.
10개의 이슈를 발표한 문 단장은 “코로나19로 디지털화가 급진전됐다”라며,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 라이프 확산, 디지털 혁신을 통한 비즈니스 확장 등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디지털 대한민국을 실현하여 국가 경제 사회 위기를 극복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