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과 함께 세계 5대 제조업 국가로,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로 가장 높다. 최근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스마트팩토리 확산이 꼽히고 있다. AI 기술은 스마트팩토리 구현의 핵심 기술로, 관련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스마트팩토리, 생산성 향상 위한 데이터 제공
AI 기술 활용 없으면 단순 자동화에 그칠 뿐
특정 사례 대응하는 AI 솔루션 및 인재 필요
제조업은 국내 경제의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독일, 일본과 함께 세계 5대 제조 국가로, 이들 중 제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기준 30.4%로 가장 높다. 기관과 기업의 관심이 스마트팩토리로 쏠리는 이유다.
▲ 스마트팩토리 확산은 제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 [사진=픽사베이]
스마트팩토리의 성공적인 보급은 국내 제조업 역량, 국가 경쟁력 향상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스마트팩토리를 기획과 설계, 생산, 유통과 판매에 이르는 제조과정 전부나 일부 과정에 IoT, AI, 빅데이터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기업의 생산성과 제품의 품질 등을 높이는 지능형 공장으로 정의한다.
제조업의 자동화는 현재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자동화는 제조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고 기계의 역할을 늘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무인 공장을 지향한다. 흔히 스마트팩토리는 자동화와 다르다고 한다. ICT 기반의 공장이 스스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한다는 것인데, 실현 가능한 것일까?
구매 결정자가 인간이므로 제품의 기획과 설계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인간이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제조, 물류, 판매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가공해서 제공하는, 앞서 설명한 정의보다 제한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조차도 자동화보다는 훨씬 나아간 단계이며, 달성하기 어렵다.
◇ AI 기술 적용돼야 스마트팩토리라 할 수 있어
제조과정 데이터는 센서가 수집한다. 시중엔 다양한 종류가 센서가 있지만, 빛, 힘, 소리, 전기, 온습도 등 물리적 상태를 포착하는 형태가 많다. 이들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공장 설비의 운영 데이터 수집과 이상 징후 파악 역할에는 탁월하나, 제품 관련 데이터를 얻으려면 객체의 상태를 인식하는 AI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미지 센서 등과 결합한 AI 시스템은 생산 중인 신품을 양품의 데이터와 비교하여 품질을 검증한다. 이뿐만 아니라 AI 기술은 제조 전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스마트팩토리 수준을 기초, 중간 1, 중간 2, 고도화의 4단계로 나눴다. 기초 단계의 스마트팩토리는 생산정보 디지털화 및 제품 생산 이력 관리 등이 가능한데, AI 기술이 활용되지 않는다. 생산정보 실시간 수집과 분석이 가능한 중간 1단계, 시스템을 통한 생산공정 제어가 가능한 중간 2단계, 제조 全 과정 통합과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한 고도화 단계는 AI 기술이 필수적이다.
◇ 스마트팩토리 = 현장 전문성 + AI 전문성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9개 부처는 2018년, 2022년까지 중소기업에 스마트팩토리 3만 개를 보급하고 운영 인력도 10만 명으로 늘릴 것이라 밝혔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고도화 단계에 도달한 공장은 없었고, 기초 단계의 공장 비중은 76.4%에 달했다. 단순 자동화에 그친 것이다. 2021년 1월 기준으로 보급 사업에 따른 전국의 스마트팩토리 숫자는 19,799개다.
▲ 포스코는 국내 유일의 등대공장이다 [사진=포스코]
대기업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19년부터 맥킨지와 세계경제포럼(WEF)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제조 공장을 ‘등대공장’이란 이름으로 선정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69곳의 등대공장이 있으며, 국내에는 포스코 한 곳뿐이다. 중기부는 이를 벤치마킹해 ‘K-스마트등대공장’ 사업을 시작해 10곳을 선정했으나, 성과를 평가하는 WEF와 달리 계획을 평가하여 중복 지원 사업이란 비판을 받았다.
스마트팩토리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AI 솔루션과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4월, 283개 사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AI 활용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들 중 53%는 AI 도입 및 활용의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기술을 보유한 인력 고용의 어려움’을 꼽았다. 32.2%는 자금 문제, 25.1%는 인프라 문제, 16.6%는 기존 직원 훈련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국내 13,255개 기업 중 AI 기술을 사업에 도입한 곳은 409개에 그쳤다.
AI 솔루션과 전문가가 확보돼도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각 기업은 저마다 사업 분야와 방식이 다르므로, 어디에 AI 솔루션을 활용해야 효과가 날지를 파악해야 한다. 제조업만 하더라도 전자, 철강, 식품, 조립 등으로 업종이 나뉘며, R&D, 자재 관리, 제작, 판매, 서비스 등의 공정을 각자의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스마트팩토리 연계를 위한 데이터 표준화와 프로토콜 동일화는 중심을 잡아줄 기관이 있으면 된다지만, 각 스마트팩토리 운영은 언제까지나 특화될 수밖에 없다. 특화된 공장에는 특화된 AI 모델이 적용돼야 하는데, AI 전문성이 없는 현장 전문가와 현장 전문성이 없는 AI 전문가는 특화된 AI 모델을 만들기는 어렵다.
◇ AI 업계의 스마트팩토리 구축 솔루션과 서비스들
인력과 자금 부족은 기업들의 AI 도입에 큰 걸림돌이며, 두 조건이 충족돼도 자사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은 여전히 어렵다. AI 기술 기업과의 협업이나 그들의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5G 이동통신 기술의 응용처를 모색 중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스마트팩토리를 그 대상으로 낙점하고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SKT ‘메타트론 그랜드뷰’는 AI,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스마트팩토리 서비스다. 실시간 모니터링, 설비 이상 및 고장 알람, 3~6개월 데이터 축적 이후 설비 특화 AI 분석 모델링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동양, 성신콤프레샤 등이 사용 중이다.
▲ 이통3사는 5G 보급을 목적으로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림=KT]
KT는 자사의 ‘팩토리메이커스’ 플랫폼과 한화 기계 부문의 협동 로봇 3종 제품을 연동한 신규상품을 3분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U+는 지난 7월, AI 전문 업체인 원프레딕트와 공장 설비의 고장과 장애를 미리 진단하고 점검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출시했다. 또한, 물류, 도시 관련 기술 업체들과도 MOU를 맺고 있다.
이통3사는 향후 시장 확대 국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있다.
매스웍스는 ‘매트랩(MATLAB)’과 ‘시뮬링크(Simulink)’ 같은 공학용 소프트웨어의 AI 기능을 신규 릴리스 발표 때마다 강화하여 AI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AI 모델을 만들고, 훈련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사례에 맞게 개발한 모델의 C, C++, HDL, PLC, CUDA, 자바(Java), 파이썬(Python) 등의 코드 생성과 배포를 지원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지난 7월, ‘에코스트럭처 머신’ 플랫폼과 ‘에코스트럭처 머신 어드바이저’ 솔루션을 국내 시장에 공개했다. 이 ‘MS 애저’ 클라우드 기반 설비 디지털화 솔루션은 원격 장비 관리와 트랙킹, 데이터 분석 기능을 제공해 공장의 운영을 지능화한다. 국내 기업인 엔아이티코리아는 자사의 집진기를 판매할 때, 함께 제작한 해당 솔루션 기반의 관리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LS 일렉트릭은 자사의 ‘테크스퀘어’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조 기업별 맞춤형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팩토리 구축지원을 위한 상생협력 33억 원 출연 협약도 체결했다.
자일링스는 AI 기반 사업을 전개하기로 한 기업이 최신 AI 기술을 쉽게 기존 장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메인별 특화 아키텍처(Domain Specific Architecture; DSA)를 탑재한 FPGA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텐서플로(TensorFlow)’, ‘파이토치(Pytorch)’ 같은 AI 프레임워크와 C++, 파이썬을 지원하는 ‘바이티스(Vitis™)’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제공한다.
◇ 제조업 대다수 차지하는 중소기업 위한 AI 지원책 필요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첨단제조 파트너십 2.0’, 일본의 ‘소사이어티 5.0’, 중국의 ‘중국 제조 2025’ 정책 등 제조 강국들의 제조업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원격 제어 기조도 이를 가속했다.
우리도 이에 뒤처져선 안 되나, 전 세계 69개 등대공장 중 단 한 곳만이 국내에 있다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이다.
제조업은 자동화에서 자율화로 나아가고 있으며, AI 기술은 그 핵심이다. AI 인재 육성안과 그들을 위한 일자리, 그리고 제조업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AI 제품과 솔루션, 그리고 서비스의 개발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