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tex-M33/ RISC-V 듀얼 옵션, TrustZone·OTP·HSTX·강화된 PIO…
RP2040의 범용성을 양산 현장으로 확장
라즈베리파이가 차세대 마이크로컨트롤러(MCU) ‘RP235x’ 시리즈를 공개하며 보안·고속 I/O·디스플레이 구동 능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셈에서 라즈베리파이 기술 지원을 담당하는 이민종 차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RP235x는 취미·교육용을 넘어 양산 현장을 겨냥한 MCU”라며 “RP2040의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보안과 인터페이스, 메모리 확장성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고 말했다.
RP235x는 듀얼 프로세서 구조를 채택, Arm 코어텍스-M33(최대 150MHz)과 RISC-V 하자드3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M33을 선택할 경우 Arm 트러스트존(TrustZone)을 활용해 보안 영역과 일반 영역을 분리, 민감 데이터·펌웨어를 하드웨어 수준에서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내장 메모리는 최대 520KB SRAM(10개 뱅크)과 32KB 부트 ROM으로 구성되고, 8KB OTP(일회성 프로그래머블) 영역에 디바이스 고유 식별자와 보안 부트 키를 저장할 수 있다.
외부 메모리는 QSPI 인터페이스로 플래시·PSRAM을 최대 16MB까지 확장 가능하며, XIP(Execute-In-Place) 캐시를 통해 코드 실행 성능을 높인다. 이 차세대 메모리 구성은 IoT·게이트웨이·소형 HMI 등에서 늘어나는 코드·리소스 요구를 고려한 것이다.
이 차장은 “TrustZone, OTP, SHA-256 가속기와 난수 발생기(TRNG)를 칩에 기본 내장해 ‘보안 기본값’을 만들었다”며 “소프트웨어 정책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공격면을 하드웨어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변장치·I/O는 RP2040 대비 폭이 넓어졌다. RP235x는 3개의 PIO(프로그래머블 I/O) 블록을 제공하며 블록당 4개의 스테이트 머신으로 총 12개를 병렬 운용할 수 있다.
PIO는 비표준 프로토콜이나 특수 센서 인터페이스를 CPU 개입 없이 처리해 실시간성·전력효율을 끌어올리는 라즈베리파이 고유의 강점이다.
여기에 새롭게 HSTX(고속 직렬 송신) 블록이 추가돼 최대 4레인 구성이 가능하다. MIPI DSI나 LVDS 성격의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를 염두에 둔 설계로, 소형 디스플레이를 직접 구동하는 HMI·계측·교육용 시스템에서 MCU 단독의 그래픽 출력 가능성을 넓힌다. 표준 주변장치도 충실하다.
24채널 PWM, 12비트 ADC(최대 8채널), 2×UART·SPI·I²C, USB OTG(내장 PHY, 4KB 전용 SRAM) 등 임베디드 애플리케이션에서 필요한 구성이 빠짐없이 담겼다.
칩 내부 연결은 AHB5 크로스바 기반 버스 패브릭으로 설계돼 듀얼 코어와 DMA가 병렬로 메모리·주변장치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2개의 PLL, 세분화된 파워 도메인, 글로벌 익스클루시비티 모니터(멀티코어 공유자원 배타 접근 보장)가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동작 전압은 1.83.6V, 동작 온도는 –4085℃로 산업·야외 환경 대응이 가능하다.
패키지는 QFN60·QFN80 두 종류로, A계열(RP2350A·RP2354A)은 30 GPIO, B계열(RP2350B·RP2354B)은 48 GPIO를 제공한다. 플래시는 RP2350A/B가 외부 플래시 전용, RP2354A/B가 2MB 내부 플래시와 외부 플래시를 병행 지원한다.
ADC 채널은 A계열 4채널, B계열 8채널로 구분된다. RP2350A와 RP2354A는 핀투핀 호환을 지원해 동일 PCB에서 보안·플래시 구성에 따라 상호 교체가 가능하다. 설계 리스크와 BOM 변동 부담을 줄여주는 대목이다.
부트 체인과 메모리 맵도 양산형 요구를 반영했다. 부트 ROM은 파티션 테이블 기반으로 최대 16개 영역을 관리하고, 이미지 정의·권한을 점검해 유효성 검증을 수행한다.
기본 부트 외에 USB 부트를 지원해 UF2 파일로 손쉽게 펌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XIP 영역은 64MB로 예약돼 하위 32MB를 QSPI 플래시에 맵핑하고, SRAM은 용도별로 나눠 배치해 성능·소비전력을 최적화할 수 있다.
시스템·서브시스템 리셋을 분리해 USB, PIO, PLL, ADC 등 주변장치를 선택적으로 재기동할 수 있는 것도 개발·유지보수 효율을 높인다. 와치독은 파워 도메인 레벨까지 세분돼 문제 발생 시 필요한 범위만 리셋하도록 설계됐다.
개발 생태계는 VS Code 기반으로 정비됐다. 라즈베리파이 ‘Pico’ 확장팩을 설치하면 드라이버·예제·빌드 환경이 일괄 제공되고, C/C++과 마이크로파이썬을 모두 지원한다.
라즈베리파이 ‘Debug Probe’로 SWD 디버깅과 UART 로그를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며, USB UF2 부트로더 덕분에 플래시 다운로드도 단순하다. 평가보드는 RP2350 기반 ‘Pico 2’와 무선 통신을 추가한 ‘Pico 2 W’가 준비돼 동일 폼팩터·핀아웃으로 프로젝트를 무선/유선 옵션에 맞춰 전환할 수 있다.
이 차장은 “개발자는 익숙한 VS Code와 Pico SDK 위에서 바로 시작해 프로토타입에서 양산까지 한 생태계로 이어갈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인셈이 툴체인·보드·디버그 장비·기술문의 대응을 통합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적용 분야는 보안이 요구되는 IoT 엣지와 산업 센서 노드, 소형 디스플레이 기반 HMI, 비표준 인터페이스가 많은 계측·교육 장비 등으로 넓다.
TrustZone과 OTP 기반 시큐어 부트, SHA-256 가속기·TRNG는 인증·키 보호가 필요한 연결형 제품에 적합하고, 12개 스테이트 머신을 갖춘 PIO는 카메라 트리거나 특수 LED, 레거시 병렬 버스 등 변칙 신호에도 유연하게 대응한다.
HSTX는 저가형 패널을 직접 물려 GUI를 구성하려는 수요를 겨냥한다. RP2040 사용자 입장에서는 코드·개발 흐름을 유지하면서 메모리·보안·I/O를 확장한 상위 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다. 전력 도메인·저전력 LDO·LP-OSC 등 전력 관리 기능은 배터리 구동 제품에서 효율을 뒷받침한다.
라즈베리파이는 RP2040으로 입문 장벽을 낮춘 뒤, RP235x로 ‘프로덕션급’ 요구를 받아내는 2단 구조를 갖춘 셈이다.
교육·메이커 커뮤니티에서 축적한 문서·샘플·라이브러리 자산을 유지하면서, 보안·디스플레이·고속 I/O라는 세 축을 추가해 상용 제품 개발로의 전환 비용을 낮췄다.
RP235x는 듀얼코어 선택권과 강화된 버스·메모리, 하드웨어 보안, 확장된 주변장치로 “한 보드에서 시작해 그대로 양산까지”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한다. 이민종 차장은 “RP235x는 개발 속도, 보안, 실시간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현장의 균형점을 겨냥했다”며 “국내 개발자들이 친숙한 도구로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고, 같은 툴체인으로 양산 품질을 확보하도록 생태계를 다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