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성·핵심광물 해외 의존도 탈피 큰 가치
온실가스 배출량, 배터리 2차 활용 시 22%↓·재활용 시 4% ↓
자원 수입 의존 낮춰야…배터리 재활용, 원료 공급망 확보 기여
목차
1) 친환경성·핵심광물 해외 의존도 탈피 큰 가치
2) 전기차 인기 ↓…사용후 배터리 시장 전망은
3) 우리나라 사용후 배터리 산업 플레이어·기술 현황
4) LFP 배터리도 재활용해야…금전적 가치만 고려해선 안 된다
5) 사용후 배터리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편집자주] 2040년 전기차 폐차 대수가 4,000만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전기차 전주기 탄소발자국의 약 30%를 차지하고, 전기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사용후 배터리의 재활용 기술은 경제성 부문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지 않으면 폐기물이 지속 증가하게 되며, 적절한 처리를 거치지 않고 방치하거나 매립·소각할 경우 유해물질이 발생하여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친환경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의 CRMA, 미국의 IRA 등에 대응해야 하는 흐름 상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경제성, 친환경성을 모두 아우르는 사용후 배터리 산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 및 사업 현황과 산업 전망까지 4월24일부터 매주 수요일, 5주에 걸쳐 기사에 담아낸다.
사용후 배터리 산업이 원자재 채굴 및 가공에 드는 에너지 소모 및 환경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친환경성 측면과 자원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한 원료 공급망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원 안보 측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850년 대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늘어난 화석연료의 사용은 지구의 온도를 혁명 전 대비 1.5℃ 높였다.
온도 상승은 빙하를 녹였고,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전 지구적인 차원에 악영향을 끼쳤다.
어두운 미래를 다시 파랗게 물들이기 위해 우리 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을 통해 2100년에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를 넘지 않도록 온실가스 감축에 나섰다.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24%는 수송부문에서 발생하며, 그 중 45%를 자동차가 차지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꼽을 수 있는 자동차 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의 중심에 있는 것이 전기차다.
전기차가 탄소배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2022년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전과정 단계별 지구온난화 영향에서 아이오닉5 모델의 경우 총 온실가스배출량 169 gCO2-eq/km 중 ‘제조 전’ 단계가 27.78%를 차지한다.
▲전과정 단계별 지구온난화 영향(그림 출처: 2022 현대자동차 지속가능 보고서)
대부분 원료 채굴/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며, 특히 니켈·코발트·망간 등 금속원료의 탄소발자국 비중이 높다.
전기차의 진정한 친환경적 가치를 위해서는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통해 배터리에서 비롯되는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용량이 20% 저하되면 저항이 높아져 출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이때를 수명이 다했다고 규정한다.
주행거리, 운전 습관, 충전 방식에 따라 상이하나 보통 20% 용량을 쓰는 데까지 약 10년이 걸린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전기차 폐차 등 단계에서 탈거한 사용후배터리를 잔존가치, 성능에 따라 재제조·재사용·재활용방식으로 활용되며 이를 바탕으로 사용후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
정부는 ‘규제개선·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에서 △재제조(배터리를 분해-셀밸런싱-재조립 및 검사 과정을 거쳐 본래 성능으로 복원) △재사용(사용후배터리를 부품으로 활용하여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상전원 공급장치(UPS) 등 제품을 제조 및 판매) △재활용(배터리를 분해한 후 리튬·코발트·니켈 등 유가금속을 추출ㆍ활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조지혜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은 원자재 채굴 및 가공에 드는 에너지 소모 및 환경영향을 줄일 수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사용후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ICCT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전기차 배터리 용량 확대 등에 따라 배터리 제조 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더라도 2차 사용 및 재활용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으며, 배터리를 2차 활용 및 재활용할 경우 전기차 전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22%와 4%를 각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편 사용후 배터리 산업은 친환경적인 면 이외에도 공급망 관련 자원 안보 측면에서도 큰 의의를 지닌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터리 산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원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하며,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광물수요의 95%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다.
이차전지 양극재의 경우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 수입의존도는 89%에 달했다.
이와 같은 핵심광물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3월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글로벌 핵심광물 비즈니스를 긴밀히 논의하고 기업간 투자협력 등 제휴할 수 있는 핵심광물 비즈니스 포럼 목표로 창립준비위원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또한 2024년 1월에는 산업부는 ‘한-인니 경제협력 고위급 간담회’를 열고 인도네시아 정부와 경제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하며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고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요소수 사태를 겪으며 해외 의존도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겪은 우리나라기에 한 국가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광물 보유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려는 모습이다.
배터리 재활용 등을 통한 원료 확보는 위와 같은 기관의 노력과 더불어 해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조지혜 선임연구위원 또한 자원 안보와 관련해 물질 재활용을 통해 확보한 재생원료로 희유금속을 대체해 나갈 수 있어 보다 지속가능한 원료 공급망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24년 4월23일 새로운 EU 에코디자인 규정(ESPR)이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채택된 바와 같이 제품의 내구성, 수리 및 재사용·재활용 용이성 등 순환경제 요소를 고려한 제품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품 환경규제 및 정책이 강화되고 있어 배터리 순환경제 체계 구축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사용후 배터리 시장 전망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황 등은 이어지는 기사에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