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할 수 없게 된 화웨이가 '훙멍 OS 2'를 공개했다. 더불어 많은 중국 기관과 기업이 훙멍 OS 2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초 코드를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개방원자재단에 기증했다. 애플이 비대면 특수가 끝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생태계를 바탕으로 세를 확장하자 강수를 둔 것이다.
화웨이, 안드로이드 OS 대신할 훙멍 OS 2 발표
참여사 저조하자 개방원자재단에 기초 코드 기증
애플, 중국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도 생태계 굳건
보안을 명분으로 미국의 중국 제재가 지속되고 있다. 2019년 5월,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백도어가 심겨 있어 국가와 기업의 기밀을 중국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화웨이 및 68개 해외 관계사를 수출통제목록에 넣었다.
2020년 5월에는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술을 일부라도 사용하는 기업이 특정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반드시 미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도 6월 3일, 화웨이를 포함한 59곳을 감시대상명단에 등재하고 자국민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압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화웨이, 훙멍 OS 2 공개 [이미지=화웨이]
자사 스마트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할 수 없게 된 화웨이는 지난 2일, 통합 IoT 플랫폼, ‘훙멍(鸿蒙; Harmony) OS 2’를 공개하며 생태계 확대 방침을 밝혔다. 훙멍 OS 2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스마트TV, 노트북, 스마트워치, 자동차, 가전제품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용자는 훙멍 OS 2의 제어판(Control Panel), 태스크 센터(Task Center), 홈 화면(Home Screen) 등을 통해 여러 단말을 한 단말을 사용하듯 제어할 수 있다. 제어판을 열어 스마트 화면 아이콘을 끌기만 하면 스마트폰에서 TV로 바로 동영상이 재생되며, 태스크 센터로 각각의 기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고도 서로 다른 기기의 모든 기능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홈 화면은 위젯으로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간편한 기능을 지원한다.
더불어 기존에 화웨이가 사용하던 안드로이드 10 오픈소스 기반 ‘EMUI’에서 활용했던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 기술이 훙멍 OS 2에 그대로 적용됐다. 가령 다중 기기 협업 인증이 활성화되면, 사용자는 단말의 얼굴 인식이나 단말과 연결된 스마트워치 등을 통한 인증을 통해서만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향후 중국 가전업체 미데아, 드론업체 DJI 테크놀로지, 스위스 시계 브랜드 티쏘, 스와치 등 업체와 협업하는 등 훙멍 OS 2를 더 많은 기기로 확대할 방침이다.
◇ ‘훙멍’ 생태계 참여 저조해 보이자 소스 공개 나서
화웨이는 훙멍 OS 2 발표 닷새 후인 지난 7일, 더 많은 중국 기관과 기업이 훙멍 OS 2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초 코드를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개방원자재단(Open Atom Foundation)’에 기증했다. 개방원자재단은 여러 기초 플랫폼을 비롯한 다른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오픈소스 생태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재단에 등록된 플랫폼에 누구나 접근해 앱 등을 개발할 수 있다.
▲ 지난 17일, 오포가 원플러스를 합병, 양사의 생태계를 통합했다.
중국 제조사도 이제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원플러스]
이 같은 화웨이의 방침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내 경쟁사들이 훙멍 생태계 구축에 참여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OS 사용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기술 독점권을 포기하고 국유화를 통해 생태계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훙멍 OS 2는 ‘오픈하모니’라는 이름으로 개방원자재단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으며 이미 중국 내 은행과 대학이 훙멍 OS 2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은행과 광파은행, 중신은행은 훙멍 OS 2에서 가동하는 결제 앱을 출시했고, 우한대학은 중국 대학 최초로 훙멍 OS 2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정부 통제가 강한 중국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훙멍 OS 진영에 참여하는 기업은 결국엔 늘어날 전망이다.
◇ 스마트폰 시장 축소 가시화에 애플 벤치마킹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는 정상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비대면 특수를 놓쳤다. 중국 정보통신연구원(CAICT)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22.6백만대로 전월 대비 16%,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했다. 이 중 5G 스마트폰의 출하량은 16.7백만대로 전월 대비 22% 감소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남대종 애널리스트는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LTE 이하 모델의 스마트폰 출하량보다 더 많이 감소했다는 것은 부품 부족에 따른 영향도 있으며, 중국 내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반면 애플은 날아올랐다. 아이폰이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외 제조사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372만대로 전월 대비 36% 증가하며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아이폰 12’ 시리즈의 판매가 8개월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판매량 자체도 탄탄하고 점유율마저 확대되는 모양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33%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 김록호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아이폰 SE 2’가 출시되었음을 고려하면 이는 양호한 데이터”라며, “화웨이의 빈자리 일부를 애플이 확실히 차지했다”라고 해석했다.
▲ WWDC 2021에서 애플은 자사 기기들의 연동성을
더욱 강화하는 OS들을 새로 출시했다 [사진=애플]
애플은 현지 시각으로 7일, 연례 개발자 포럼인 ‘WWDC 2021’에서 아이폰용 ‘iOS 15’, 아이패드용 ‘IPad OS 15’, 맥용 ‘Mac OS 몬터레이(Monterey)’, 애플워치용 ‘Watch OS 8’을 발표했다. 신규 OS들은 기기 간 연동과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했고, 콘텐츠 소비와 재택근무 등을 위한 생산성 향상을 도모했고, 헬스케어, 스마트홈, 보안 등 비대면 서비스 분야도 포괄하고 있다.
편리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이어 ‘M1’ 칩 개발로 하드웨어 역량까지 보여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축소에도 승승장구하며 화웨이의 점유율을 빼앗자 화웨이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그 시작이 바로 훙멍 OS 2의 소스 공개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안드로이드 OS 진영과는 이제 결별했고, 하드웨어적으로 부품 수급은 불안정하다. 화웨이는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우군을 끌어모아 이를 극복할 계획이다.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등으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도 고심 중이다.
화웨이의 시도가 성공적일 것이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소스 공개로 인해 중국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도 훙멍 OS 2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진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