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2005년 터치(Touch) 기술을 보유한 Fingerworks를 M&A했다. 터치 인식 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이 작은 기업의 배타적 특허 라이선스를 획득한 후 특허 17건을 인수했다. 이 특허 매입의 결과는 2007년 터치 UI 아이폰 출시로 나타났다.
애플은 2005년 터치(Touch) 기술을 보유한 Fingerworks를 M&A했다. 터치 인식 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이 작은 기업의 배타적 특허 라이선스를 획득한 후 특허 17건을 인수했다. 이 특허 매입의 결과는 2007년 터치 UI 아이폰 출시로 나타났다. 애플이 2010년에 음성인식 기업 Siri를 M&A한 후 2011년 Siri 탑재 아이폰4를 출시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최근 차량용 부품 계열사인 VC(Vehicle Components) 사업부에서 괄목할만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LG전자도 2014년에 매입한 특허(97개) 중에 상당수가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였다. LG전자가 쉐보레 전기자동차에 공급하는 부품은 배터리팩에서 전력분배모듈, 구동 모터, 전동 컴프레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차량 전반에 걸쳐 있다.
지식재산인 특허 보유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지는 세상이 됐다. 구글이, 애플이 어떤 특허를 가지고 있고, 어떤 기업(기술)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펼쳐질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도 한다. 애플이 제스처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과 스피치 컨트롤 시스템 기술을 확보한 것을 보면, Siri 이후 또 다른 인공 지능적 음성 인식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식이다.
미래 유망 분야로 꼽히는 헬스케어와 자동차 분야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의료 장비 분야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의료전문 기업이 아니라 지멘스, GE, MS, 소니와 같은 IT기업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미국의 테슬라가 최근 몇 년간 스마트카 기술 특허를 집중 인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향후 발걸음을 예측할 수 있다. 자동차 분야도 헬스케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IT업체의 자동차 기술 IP 확보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산업의 특허 경쟁력은 어떤 상황인가. 한국지식재산전략원(KISTA)이 미래 성장동력 기술 분야별 특허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말해준다. 미래성장동력 기술 분야별 특허 경쟁력 분석은 스마트자동차, 5G 이동통신, 해양 플랜트, 지능형 로봇, 착용형 스마트기기, 실감형 콘텐츠, 맞춤형 웰니스케어, 재난안전관리 스마트시스템, 신재생에너지, 지능형반도체, 융복합소재, 지능형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기술 분야의 최근 4년 출원점유율(47.0%)은 전 산업 평균(35.6%)보다 높아 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평균 해외출원 국가 수는 3.61개국으로 전 산업 평균(3.2개국)보다 해외출원이 활발했다. 이를 한국의 특허 경쟁력을 대입해보면 다소 비관적인 결과치가 나온다. 특허 출원 규모 면에서 한국(22.4%)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서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지만 한국 특허의 인용 횟수(5.2회)는 선도국인 미국(11.3회)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특히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에서의 특허를 확보한 비율이 10.6%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다. 과연 우리가 주요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특허 비즈니스를 하는 한 관계자는 “한국 특허는 한국의 대기업도 관심없는 특허”라며 “국내 기업들이 자신있는 기술이라면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도 특허를 내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자동차에서의 한국의 특허 출원점유율은 일본(도요다, 덴소, 혼다 등)의 53% 수준이어서 타 분야 대비 경쟁력이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맞춤형 웰니스케어는 한국의 특허 경쟁력이 미흡한 대표적인 분야로 도시바, GE, 지멘스가 다출원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 미국출원이 전체의 37.7%로 미국에서의 특허활동이 활발하고, 착용형 스마트기기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특허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특허 기술을 보면 양적으로는 많이 뒤지지 않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분석을 피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나중에는 ‘재주만 부리고 돈은 챙기지 못하는 곰’ 신세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기술 자체의 경쟁력은 우수하나 경쟁력은 다소 낮다는 분석도 여기에서 나온다.
이제 특허 장벽은 무너졌다. IT 기업의 특허 기술 확보가 산업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특허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NPE(특허전문관리회사)에 특허료를 내고 있는 자동차 회사가 조만간 IT업체에 특허료를 물어 줘야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자동차 제조 기업이, 의료장비 제조 기업이 글로벌 IT기업에 특허료를 바쳐야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이는 우리가 질적인 면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해외 출원 비중을 높여야하는 까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