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격차 빠르게 좁혀지면서 업체 간 출혈 경쟁 심화
전기차 에너지 소비량 강제 국가표준 PHEV 기준 미달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꼽혀온 BYD가 최근 자국 내수 시장에서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이 발표한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BYD의 중국 승용차 판매는 2024년 말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멈췄고, 2026년 1∼2월에는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지리자동차(Geely)가 BYD를 추월하며 선두 자리를 차지한 점은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부진의 배경으로 두 가지 요인을 지목한다.
하나는 중국 자동차 시장 전반에 확산된 ‘내권(內卷)’이라 불리는 과도한 가격 경쟁이다.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심화됐고, 이는 BYD의 가격·기술 우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른 하나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 산업의 질적 성장 정책이다. 에너지 효율과 성능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소형·저가차 중심의 라인업을 가진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졌고, BYD 역시 이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특히 2026년부터 시행된 전기차 에너지 소비량에 대한 강제 국가표준(GB)은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권고 기준과 달리, 새 기준은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생산·판매 자체가 제한된다.
여기에 신에너지차 취득세 감면 축소와 노후차 교체 지원 방식 변경까지 더해지면서, 저가 모델에 대한 정책적 매력은 크게 낮아졌다.
보고서는 BYD의 BEV 모델은 비교적 대응력이 있지만, 판매 비중이 높은 PHEV 모델 상당수가 강화된 기준에 미달해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중국 자동차 시장 전반의 재편을 촉진할 전망이다.
세그먼트별로는 소형·저가차의 위축과 중대형·프리미엄 차량의 부상이 예상되며, 파워트레인 경쟁보다는 스마트·자율주행 기능을 통한 차별화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 측면에서는 기술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브랜드 재정립과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BYD를 포함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여전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만큼, 규제 대응 실패 시 타격이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시에 이러한 규제 대응 과정이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해외 시장 개척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실제로 BYD는 초고속 충전 기술과 차세대 블레이드 배터리, 자율주행 역량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잇달아 발표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2026년을 기점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경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