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정보 노출 없이 로봇 행동 검증… 프라이버시 보존형 감사 시스템 공동 개발
미국 실리콘밸리의 로봇 운영체제(OS) 전문 스타트업 오픈마인드(OpenMind)가 암호학 기반 검증 기술 기업 서싱트(Succinct)와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로봇의 행동과 작업 이력을 개인정보 없이 증명하는 ‘프라이버시 보존형 감사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현대의 로봇은 카메라, 마이크, 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신원이나 사생활 정보가 함께 기록되기 때문에, 로봇의 작동 로그나 영상 데이터를 통해 업무 수행을 검증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사는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ZKP)’ 기술을 로봇 감사 구조에 적용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영지식 증명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도 특정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술로, 로봇은 “허가된 구역 내에서만 이동했다”, “인가된 기능만 수행했다” 등의 작동 사실을 원본 데이터 없이 증명할 수 있다. 검증자는 로봇의 원본 로그를 보지 않아도 짧은 수학적 증명만으로 결과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
오픈마인드는 자사의 로봇 네트워크 플랫폼 ‘패브릭(FABRIC)’을 통해 로봇의 신원, 권한, 정책을 통합 관리하며, 서싱트의 영지식 증명 엔진을 도입해 센서 로그와 위치 기록을 해시 형태로 저장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증명한다. 이로써 로봇의 정상 작동 여부를 외부 검증자에게 공유할 수 있으며, 실제 데이터는 외부로 전송되지 않아 개인정보와 기업 운영 정보 모두 보호된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로봇은 스스로 자신의 행동과 업무 수행을 입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되며, 제조·물류·보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신뢰 기반의 로봇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마인드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로봇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오픈마인드는 스탠퍼드대 생명공학 교수 얀 리프하르트(Jan Liphardt)가 설립한 기업으로, ‘AI와 연결된 모든 로봇이 하나의 언어와 플랫폼에서 움직이게 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약 2,000만 달러(한화 약 2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LG전자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피지컬 AI 분야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오픈마인드 관계자는 “로봇의 행동을 투명하게 입증하면서도 개인정보를 완전히 보호하는 것이 이번 파트너십의 핵심”이라며 “서싱트와 함께 로봇 산업이 신뢰를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