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5.06.09 09:39
전기차용 파워 반도체 시장에서 와이드 밴드갭(WBG) 소자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며, 테스트 방식 또한 기존 정적(static) 방식에서 실제 동작 환경을 반영한 다이나믹(dynamic) 방식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셔널인스트루먼츠(National Instruments, 이하 NI)는 최근 SiC, GaN 기반 전력반도체의 열화와 수명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다이나믹 HTFB(High Temperature Forward Bias) 테스트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NI가 상용화한 다이나믹 H3TRB / DRB 테스트 시스템.
실제 SiC, GaN 부품의 수명 예측을 위한 고온·고습·고전압 환경 시뮬레이션 장비
NI의 성웅용 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의 구동 환경은 매우 역동적이기 때문에, 소자 역시 고정된 전압이 아닌 실제 주행 조건에 가까운 가변 전압 환경에서 테스트해야 한다”며, “특히 고속 스위칭이 가능한 SiC·GaN 소자는 정적 테스트 방식으로는 정확한 수명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기차가 가속·감속할 때처럼 전압이 변화하는 상황을 모사해야 진짜 신뢰성 테스트라 할 수 있다”며 “기존 방식은 수천 시간을 들여야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다이나믹 테스트는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소자의 열화 징후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NI가 제안한 다이나믹 HTFB 테스트는 아직 국제 규격(AQG-324, JEDEC JC70)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NI의 기술진이 해당 표준 제정 워킹그룹에 직접 참여하며 방향 설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규정도 없는 테스트를 왜 먼저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하지만 NI는 고객 요구에 맞춰 신규 장비를 설계해 온 오랜 경험이 있습니다. 테스트 기준이 만들어지기 전에 실사용 환경을 반영해 먼저 움직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성웅용 이사)
특히 EV 산업에서 제품 출시 주기는 짧아지는 반면, 신뢰성 검증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어, 빠른 테스트 환경 구축이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다이나믹 테스트 방식은 기존 대비 짧은 시간 내에 실제 사용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열화 특성 변화와 고장 메커니즘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NI는 독일 SH사 인수를 통해 고전력 반도체 테스트 기술을 강화했으며,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부품사들을 대상으로 다이나믹 테스트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성 이사는 테스트 자동화 및 분석 영역에서의 확장 가능성도 내다봤다. 그는 “AI나 디지털 트윈 기반의 테스트 분석 기술도 향후 본격 도입될 수 있다”며 “다만 고도화된 분석을 위해서는 우선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은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온보드차저(OBC), 인버터 모듈 등 고전력 설계에 적합한 테스트 조건을 갖춘 것이 특징이며, 실제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신뢰성 평가 기준으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이 고효율·고밀도 설계를 위한 WBG 기반 반도체로 빠르게 전환되는 만큼, 테스트 패러다임의 전환도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NI는 이번 다이나믹 HTFB 시스템을 통해 신뢰성 보장의 실질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WBG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의 상용화 속도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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