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KERI 청각인지뇌기능진단연구팀의 박영진 박사팀
전기연구원, 발화·뇌파 분석 기반 웨어러블 진단 기술 개발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를 인공지능(AI)으로 85% 정확도로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청각인지뇌기능진단연구팀 박영진 박사 연구팀은 웨어러블 기기와 AI 발화·뇌파 분석 기술을 활용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실증에 성공하고, 국내외 특허 출원까지 완료했다고 29일 밝혔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저하되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로,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단계다.
반면에 현재 검사 방식은 치매안심센터 방문 후 지필·문답 검사를 받아야 해 접근성이 낮고 조기 선별이 어렵다.
KERI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넥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뒤 모니터 화면을 보며 간단한 문제 풀이와 발화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의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검사 과정에서 수집된 음성과 뇌파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전송돼 멀티모달 AI가 분석한다.
특히 한국 노년층의 발음 특성과 사투리, 난청 문제를 고려해 정확도 97% 이상의 음성 인식기를 자체 개발했으며, 발화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뇌파 데이터를 결합해 신뢰도를 높였다.
연구팀은 서울·안산 지역 치매안심센터와 복지관 등에서 노년층 90명(경도인지장애 환자 25명, 정상인 65명)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민감도 72%, 특이도 90.8%를 기록했으며, 종합 정확도는 85%에 달했다. 이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조기 판별 기술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검사 과정이 간단해 평균 15문항 응답만으로 선별 가능하며,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반복 검사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노인 복지시설, 보건소, 관공서 등 생활 밀착형 공간에 설치돼 ‘일상 속 치매 조기 진단’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영진 박사는 “정상인의 연간 치매 진행률은 115%가 치매로 발전한다”며 “곧 발표될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에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조기 선별 및 치료 전략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연구팀은 △진단 대상 확대 △AI 데이터 축적 및 고도화 △지자체 연계 치료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치매 유병률을 낮추고 국가적 보건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치매 환자는 97만명,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98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2030년에는 각각 121만명, 368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AI 기반 조기 진단 기술의 사회적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