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 박찬웅 과장
AI와 테스트 엔지니어링의 만남, 왜 지금인가?
AI가 산업 전반을 바꾸고 있다. 특히 엔지니어링 현장에서는 개발 속도를 높이고, 복잡한 문제 해결을 지원하며,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AI 도구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테스트 및 계측 분야는 진입 장벽이 높고, 툴의 숙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AI 활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NI(National Instruments)는 자사의 대표 소프트웨어인 LabVIEW와 TestStand에 인공지능 어시스턴트 Nigel AI Advisor(이하 Nigel)를 탑재하며, 본격적으로 테스트 엔지니어를 위한 AI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NI코리아 박찬웅 과장은 Nigel 프로젝트의 핵심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트렌드에 휩쓸려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엔지니어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라며, Nigel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Nigel의 탄생 배경 – “트렌드가 아닌 문제 해결”
Nigel은 단순히 화려한 AI 데모를 보여주기 위한 기능이 아니다. 테스트 및 계측 분야는 프로그래밍과 하드웨어 운용이 결합된 복잡한 영역이다. 초급자가 진입하기 쉽지 않고, 심지어 숙련자도 새로운 환경을 세팅하거나 생소한 기능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박 과장은 인터뷰 서두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닙니다. 테스트·계측 분야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초급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LabVIEW나 TestStand를 처음 접한 엔지니어가 문제를 만나면 웹을 뒤져 자료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Nigel은 툴 내부에 빌트인된 AI로, 질문을 바로 입력하면 답변·예제·매뉴얼 링크까지 제공한다. 창을 바꿀 필요조차 없다는 점에서 생산성을 크게 높인다.
범용 AI와 다른 점 – “엔지니어링 특화 LLM”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할 지점은 Nigel이 ChatGPT 같은 범용 AI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점이다. 박 과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Nigel은 단순히 OpenAI의 모델을 그대로 쓰는 게 아닙니다. NI가 수십 년간 쌓아온 테스트 및 계측 데이터를 학습시켜, LabVIEW와 TestStand에 최적화된 답변을 내놓습니다.”
예를 들어 “케이스 구조가 뭐야?”라는 질문을 했다고 하자. 범용 AI는 프로그래밍 언어 전반의 케이스 구조를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Nigel은 LabVIEW에서 케이스 구조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예제 코드와 매뉴얼 링크까지 제공한다. 이처럼 엔지니어링 특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Nigel의 답변은 훨씬 실용적이고 신뢰성이 높다.
현재 기능 –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든든한 동료
Nigel의 현 기능은 기본적으로 소규모 작업 보조와 질문 응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현장의 체감 효과는 크다.
대표적인 기능이 ‘Discuss with Nigel’ 코드 리뷰다. 다른 사람이 짠 LabVIEW 코드를 받았을 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 Nigel은 코드를 분석해 흐름을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 방향까지 제시한다. 이는 코드 리뷰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실제 엔지니어들의 피드백도 긍정적이다.
- “궁금한 점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개발 속도가 단축됐다.”
- “검색 시간을 아낄 수 있어 프로젝트 진행이 훨씬 수월하다.”
물론 한계도 있다. 모든 AI가 그렇듯 가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박 과장은 “다른 범용 AI보다 신뢰성이 높으며, 사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용 분야 – 개발에서 생산까지
Nigel의 적용 가능성은 개발 단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산 라인 테스트 자동화에도 확장될 수 있다. NI는 이미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 기반 자동화 테스트를 지원해 왔고, Nigel은 이를 더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보안은 민감한 이슈다. Nigel은 TLS 암호화 전송과 로컬 저장 방식을 채택해, 기업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박 과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증하는 보안 체계를 따르고 있으며, 개인 프롬프트 데이터는 로컬에만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로드맵 – “코드 생성까지 확장 목표”
현재 Nigel은 초·중급자에게 특히 유용한 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NI의 로드맵은 더 멀리 향한다.
앞으로는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코드 생성, 테스트 최적화 제안, 대규모 프로젝트 어시스트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NI는 OpenAI 외에도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과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적 이슈로 인해 특정 AI 모델을 사용할 수 없는 국가에서는 다른 모델을 적용할 수도 있다.
즉, Nigel은 하나의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엔지니어에게 가장 적합한 AI”를 제공하는 멀티 모델 전략을 지향한다.
엔지니어에게 전하는 메시지 –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인터뷰 마지막에 박 과장에게 Nigel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실제로 사용하면서 든든함을 느낍니다. 모든 걸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옆에서 묻고 답해주는 동료 같은 존재입니다.”
그의 말처럼 Nigel은 단순한 AI 도구가 아니다. “전문가 옆에서 질문에 바로 답해주는 동료” 같은 존재다. 초급자는 빠른 학습과 개발을, 중급자는 효율적인 문제 해결을, 기업은 보안과 신뢰성을 확보한 자동화를 기대할 수 있다.
AI는 엔지니어링 현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그러나 모든 AI가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범용 AI가 줄 수 없는 특화된 답변과 맥락을 제공할 때, 비로소 AI는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 NI의 Nigel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인터뷰에서 드러난 핵심은 분명하다. Nigel은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테스트와 계측이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엔지니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다. 앞으로의 로드맵이 실현된다면, 테스트 엔지니어의 일상은 지금보다 훨씬 스마트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