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100m 지중 자기장 통신 기술을 개발한 ETRI 연구진(왼쪽부터 김장열 박사, 이현준 박사, 조인귀 박사)

저주파 자기장 기반으로 지하 재난·군사 작전 통신 가능성 열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세계 최초로 지중 100m 거리에서 음성 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는 자기장 기반 무선통신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 무선통신이 닿지 않던 지하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함을 입증한 사례로, 향후 광산 사고 구조, 지하매설물 관리, 군사 작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ETRI는 최근 직경 1m 송신 안테나와 수 cm급 수신 센서, 약 15kHz의 저주파를 활용해 2~4kbps의 데이터 속도로 음성 통신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특히 석회암 암반이라는 극한 환경의 광산에서 지상과 지하 100m 구간 간 양방향 통신 시험에 성공하며, 기존 수십 m 수준에 머물던 해외 연구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기술은 자기장이 지중 매질을 안정적으로 통과하는 특성에 착안해 개발됐다. 기존 RF 기반 무선통신이 신호 감쇠로 인해 지하에서 제한적이었던 반면, 자기장 통신은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며 새로운 무선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ETRI는 해당 기술을 국제 학술지 IEEE IoT Journal에 게재했으며, 송수신기, 저주파 모뎀, 대역폭 확장 기술 등 핵심 요소에 대해 국내외 특허도 출원 완료했다. 현재까지 SCI 논문 12편, 국제 특허 8건, 기술이전도 이뤄졌다.

조인귀 책임연구원은 “생활 무전기도 닿지 않는 지하에서 통신에 성공한 만큼, 구조 활동의 통신 단절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승근 전파연구본부장은 “터널, 해양 굴착, 국방 등 극한 환경에 필요한 신뢰성 높은 통신 수단으로 산업 전반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민간 기업 ㈜에드모텍, ㈜두잇과 협력해 개발 및 실증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