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네덜란드 정부의 허가 보류로 EUV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이 제한을 받고 있다. 이번 허가 보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美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네덜란드 정부에 판매 제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네덜란드 정부에 “EUV 장비의 대중국 수출 제한은 중국과의 무역 마찰을 일으킬 뿐이지만,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和, ASML EUV 장비 대중 수출 불허 지속
바이든 美 행정부, 전임 행정부 정책 이어가
美, 中 '10nm' 굴기 막았으나 그 이상은 不
세계 2위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이 자국 정부의 허가 보류로 EUV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이 제한을 받고 있다고 현지 시각으로 17일, 美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번 허가 보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美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네덜란드 정부에 판매 제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 장비 제조 중인 ASML 직원들 [사진=ASML]
미국의 압력은 지난 2019년 7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前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찰스 쿠퍼만(Charles Kupperman)이 백악관에서 당시 방미한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관료들에게 ASML 장비의 대중국 수출 제한에 대한 압력을 넣은 이후로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매체는 ASML 중국 사업 제한이 바이든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에게도 중요 업무임을 시사했다. 중국 또한 여러 루트로 네덜란드 정부에 항의 중이나 소용없는 모양새다. 미국은 네덜란드 정부에 “EUV 장비의 대중국 수출 제한은 중국과의 무역 마찰을 일으킬 뿐이지만,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 즉 극자외선(Extreme Ultraviolet) 노광 장비는 5~7nm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다. 반도체 노광 공정의 경쟁력은 제한된 웨이퍼 공간 안에 회로를 최대한 미세하게 새기는 것이다. 소자들을 최대한 많이 집적할수록 성능과 전력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노광 장비의 파장이 짧을수록 이 집적도를 높일 수 있는데, 불화크립톤(Krf, 248nm), 액침불화아르곤(ArFi, 193nm), 극자외선(EUV, 13.5nm) 장비 순으로 파장이 짧다. 특히 파장이 짧을수록 공정 수도 적어지기 때문에 향후 반도체 생산원가의 절감이 가능하단 장점도 있다.
5~7nm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EUV 장비는 필수적이다. 파운드리 1, 2위 업체인 대만의 TSMC와 국내의 삼성전자는 이미 5nm 미세 공정에 진입했고, 내년부터는 3nm 공정을 가동할 방침이다. 메모리반도체 역시 10nm급 제품부터는 EUV 장비가 필수적이다. 현재 EUV 장비는 ASML이 독점으로 공급하는 중이다.
ASML은 2017년 11대, 2018년 18대, 2019년 26대, 2020년 31대의 EUV 장비를 판매했다. EUV 장비는 1대당 평균 가격이 1억 유로(약 1,350억 원) 수준으로, 1대의 가격이 보잉 747 항공기 3대와 맞먹는 매우 고가의 장비다. 올해는 42대, 내년에는 55대가 생산될 계획이다. ASML의 전체 매출 중 중국의 비중은 17%를 차지하나, 이는 구형 장비도 포함되는 수치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적했다.
미국의 네덜란드 정부를 향한 로비는 현재까진 ASML의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도 없는 상태다. 피터 웨닝크(Peter Wennink) ASML CEO는 “중국 외의 지역에서도 수요가 높아 당사에는 어떤 타격도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ASML은 약 165억 달러(19조 원)의 매출과 약 41억 달러(5조 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EUV 옥죄기가 중국에 통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前 행정부는 중국이 ASML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최소 10년이 걸리리라 추정하고 동맹국과 대중 반도체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경각심만 키웠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약 320억 달러(37조 원)로, 2019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산 반도체 장비 역시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EUV 등 10nm급 이하 장비로만 국한되며 그 이상의 장비를 사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10nm 이하 반도체의 부가가치가 높긴 하나, 여전히 반도체 대부분은 그 이상의 공정에서 생산되며, 이 부분에선 중국 또한 강세다. 가령 중국의 비야디 반도체는 전 세계 IGBT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美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AI 위원회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EUV 장비뿐만 아니라 ArF 같은 10nm 이상 구(舊) 장비의 수출 제한도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추가 제재가 전망되나 시기가 다소 늦은 것으로 보인다.
中 공업정보화부 직속 전자정보연구소 원샤오쥔(溫曉君) 소장은 지난 6월 23일, 환구시보를 통해 “2022년 말 즈음에는 중국에서 14nm 칩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관련 장비 기술력 또한 착착 확보하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