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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6 결산 ②]AI Everywhere, 이제는 기술보다 생활이다

Google 우선 소스기사입력2026.10.06 11:07


스스로 판단하는 가전의 시대 보여준 IFA 2026

집 안 전체 ‘AI 동반자’ 진화, 모든 가전 AI 판단


[편집자 주]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IFA 2026이 역대 최대 규모 속에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 무대를 넘어 AI와 로보틱스, 스마트홈, 차세대 컴퓨팅 기술이 일상의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미래 실험장이었다. 이에 본지는 IFA 2026 현지를 취재한 김학용 객원기자(와츠매터 대표이사)의 눈을 통해  IFA 2026의 핵심 트렌드를 하나씩 심층 분석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과 국내 산업이 준비해야 할 과제를 9회 연재로 살펴볼 예정이다.



이제 AI는 제품의 특별한 기능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사용자의 판단과 선택을 대신하는 기본 인프라가 되고 있다. IFA 2026은 AI가 가전 전반에 스며들며 ‘AI Everywhere’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의 전시장을 관통한 가장 강력한 키워드는 단연 ‘AI Everywhere’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는 프리미엄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부가 기능에 가까웠다.


반면에 올해 전시회에서는 TV와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세탁기, 에어컨 등 거의 모든 가전제품에서 AI를 찾아볼 수 있었다.


더 중요한 변화는 AI의 탑재 여부가 아니었다. 업계의 관심은 AI가 존재하는가에서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무엇을 판단하고 실행하는가로 옮겨가고 있었다.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분석한 뒤, 스스로 최적의 동작을 결정하는 기능이 AI 가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 스스로 판단하는 가전의 시대


IFA 2026에서 가장 주목받은 변화 가운데 하나는 가전제품이 사용자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밀레(Miele)의 G8 Diamond 식기세척기다. 제품 내부에 탑재된 카메라와 AI 기반 이미지 인식 기술이 식기의 종류와 적재 상태를 분석한 뒤 세척 강도와 건조 방식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사용자는 매번 프로그램을 선택할 필요가 없으며, 제품이 스스로 가장 적합한 조건을 결정한다.


▲밀레의 식기세척기와 세탁기


밀레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사 노동의 끝이 보인다(The End of Housework Is in Sight)’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AI를 단순히 자동화 기술이 아닌, 집안일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의사결정을 대신해주는 기술로 정의한 것이다. 미래형 세탁 콘셉트인 ‘Cary’ 역시 섬유 종류와 색상을 자동으로 인식해 최적의 세탁 방식과 세제량을 결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지멘스(Siemens)의 iQ700 오븐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카메라를 통해 100종 이상의 음식을 인식하고 적절한 조리 프로그램을 추천하며, 사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조리 패턴은 학습해 반복 적용한다. AI가 단순한 레시피 추천을 넘어 조리 과정을 직접 이해하고 관리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가전의 역할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 가전은 사용자가 직접 설정해야 움직이는 도구였지만, 이제는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을 이해한 뒤 스스로 최적화하는 생활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 집 안 전체가 ‘AI 동반자’로 진화하다


AI의 진화는 개별 제품을 넘어 스마트홈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냉장고와 TV, 에어컨 등 다양한 기기가 서로 연결되며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LG전자가 선보인 차세대 LG SIGNATURE 냉장고에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음성 인터페이스가 적용됐다. 사용자는 식재료 보관 방법이나 활용법을 자연스럽게 질문할 수 있으며, ‘AI Fresh’ 기능은 사용 패턴을 학습해 냉장고 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보다 최대 2시간 먼저 냉각을 시작한다. 냉장고가 단순 저장 공간을 넘어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기기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LG SIGNATURE 냉장고


하이센스(Hisense)는 이를 한 단계 확장한 ‘AI Companion’ 개념을 제시했다. 에어컨은 실내 환경과 사람의 위치를 분석해 바람 방향을 조절하고, 냉장고는 식재료를 인식해 메뉴를 추천하며, 오븐은 해당 정보를 받아 최적의 조리 과정을 수행한다. 세탁기와 건조기 또한 의류 특성을 파악해 적절한 세탁 코스를 자동으로 선택한다. 개별 가전이 아닌 집 전체가 하나의 AI 시스템처럼 동작하는 방향이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TV 역시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Vision AI Companion은 시청 중인 콘텐츠를 이해하고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하거나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한다. 과거 AI TV가 화질과 음질 향상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콘텐츠 자체를 이해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Vision AI Companion


삼성전자의 Bespoke AI WindFree Pro 에어컨도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냉방을 조절한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하면 수면 상태에 따라 냉방 환경까지 자동으로 변경할 수 있다. AI가 단순히 기기를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의 상태와 공간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AI 시대, 중요한 것은 ‘생활 가치’


이번 전시회가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AI는 더 이상 특별한 기능(Special Feature)이 아니라 모든 가전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표준 기능(Standard Feature)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AI 모델의 규모나 알고리즘 명칭보다 세탁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고민을 얼마나 줄여주는지, 에어컨을 직접 조작하는 횟수를 얼마나 줄여주는지, 냉장고가 식재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이른바 ‘AI 워싱(AI Washing)’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AI라는 표현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시대는 점차 끝나가고 있다. 거의 모든 제품에 AI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어떤 판단을 대신해주는가”를 묻게 됐다.


IFA 2026에서 주목받은 제품들이 공통적으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사람과 환경, 사물의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제품 제어에 직접 반영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는 AI를 탑재했다는 사실보다 AI가 실제 생활의 불편을 얼마나 줄여주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IFA 2025에서 Ambient AI라는 말로 AI Everywhere 시대를 예고한 바 있다.(2026 아니고 2025가 맞다)


결국 IFA 2026이 보여준 ‘AI Everywhere’의 본질은 AI 제품의 증가가 아니다. 사용자가 AI를 의식하지 않아도 기기가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진정한 AI의 일상화는 사용자가 AI를 더 많이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AI 덕분에 사용자가 직접 해야 할 판단과 조작이 줄어드는 데 있다.


IFA 2026은 바로 그 변화의 출발점을 보여줬다. AI는 특별한 기술에서 생활의 기본 기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사용자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에서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가전 내부를 넘어 현실 공간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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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기자
김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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