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jamin Hein, Merck Electronics CEO: "AI is a systems battle, moving beyond materials to integrated workflow"
포트폴리오 80% 반도체, 한국에 6억 유로 이상 투입
“첨단 패키징은 이미 출발한 고속열차”, 韓 ‘톱3 시장’
머크 일렉트로닉스 벤자민 하인(Benjamin Hein) CEO가 “AI가 반도체 산업의 최적화 단위를 개별 부품에서 시스템 전체로 바꿔놓았다”며 “소재 공급사를 넘어 통합 워크플로(Integrated Workflow)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머크는 21일 소노펠리체 삼성 토파즈홀에서 벤자민 하인 CEO의 방한에 맞춰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벤자민 하인 CEO는 지난 5월 1일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이다.
하인 CEO는 올해 창립 358주년을 맞은 머크의 장수 비결로 과학기술 집중, 사람 중심, 그리고 스스로를 재발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문화를 꼽았다.
13대째 이어지는 가문 소유 구조 덕분에 분기 실적보다 장기 관점의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렉트로닉스 사업만 놓고 봐도 연구개발 투자가 3억 유로에 육박하고, 특허·출원은 약 1만2,000건, 사업장은 약 30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 “무어의 법칙, 죽지 않았다…스테로이드를 맞았을 뿐”
하인 CEO는 기존 컴퓨팅이 CPU 같은 핵심 부품을 개별 최적화하는 구조였다면, AI는 학습·추론이라는 목표 지표를 중심으로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3∼4년 주기였던 신기술 등장이 이제는 매년 이어지고, 일정 수준의 지능을 구현하는 비용은 5∼10배 개선될 것으로 봤다.
그는 이를 “스테로이드를 맞은 무어의 법칙”에 비유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장 진단이다.
하인 CEO는 “현재 반도체 산업 성장의 70% 이상이 메모리 가격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며, 그만큼 수요가 강하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다만 소재 기업의 실적은 가격이 아니라 웨이퍼 투입량과 적층 수에 연동된다.
가격 주도 호황이 소재 물량으로 얼마나 전이될지는 메모리 업체들의 실제 증설 속도가 가를 변수다.
■ 액정 80%에서 반도체 80%로
하인 CEO에 따르면 머크 일렉트로닉스는 2013년만 해도 매출의 80%가 액정이었다. 이후 AZ 일렉트로닉 머티리얼즈, 시그마알드리치, 버슘머티리얼즈·인터몰레큘러, 엠케미칼, 유니티-SC를 잇달아 품으면서 지금은 포트폴리오의 80%가 반도체 관련이다.
하인 CEO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생산능력·연구개발에 30억 유로 이상, 한국에만 6억 유로 이상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전략의 골격은 ‘넓은 소재 포트폴리오에 선택적 수직계열화를 결합’하는 것이다.
박막·패터닝·평탄화·특수가스 등 소재를 핵심에 두고 그 주변에 공급장치·서비스·계측검사를 쌓았다.
실리콘밸리 혁신 랩에서는 소재 조합의 전기적 특성을 미리 검증해, 장비 가동 시간이 빠듯한 고객 팹의 부담을 덜어준다.
120년 넘게 쌓은 액정 기술은 전자와 광자의 경계를 다루는 실리콘 포토닉스·광공동패키징(CPO)으로 용처를 넓히고 있다.
그는 수직계열화의 이유를 AI 칩의 몸값으로 설명했다.
통합 소자 하나가 고급 승용차 한 대 값에 이르는 상황에서 구성 요소 하나의 순도·품질 문제가 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첨단 패키징은 이미 역을 떠난 고속열차”
첨단 패키징에 대해 하인 CEO는 “단기적으로는 생산능력 자체가 부족해 병목 해소가 관건이고, 중기적으로는 3D 구조와 하이브리드 본딩이 늘면서 혁신의 본격적인 효과가 3∼5년에 걸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탄화, TSV, 패터닝 등 전공정 역량을 패키징으로 확장하고 계측·검사로 공정 가시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고객사들이 말하는 ‘후공정의 전공정화’에 대한 머크식 해법이다.
■ 리더십 키워드는 ‘집중·고객 집착·오너십·협업’
AI 시대 소재의 미래와 리더십을 묻는 본지 질문에 하인 CEO는 “모든 것에 집중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세 가지 집중 영역을 제시했다.

AI가 견인하는 전공정 웨이퍼 프로세싱, 첨단 패키징, 그리고 양자·뉴로모픽 등 신규 컴퓨팅이다.
양자컴퓨팅이 대중화하려면 보다 현실적인 온도에서 연산할 수 있어야 하고, 여기에 새로운 소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10∼20년 뒤 머크의 미래는 소재를 더 많이 파는 데 있지 않다”며 “공급장치·서비스·계측검사에 이어 소프트웨어 기반 수율 최적화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 패키징 단계를 놓치면 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고, 반대로 이 단계를 잘 해내면 실리콘 포토닉스 같은 새 기회가 열린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조직문화로는 세 가지를 꼽았다.
고객과 그 고객의 고객까지 판단의 중심에 두는 ‘고객 집착’, 내 회사라면 어떻게 결정하겠는가를 묻는 ‘오너십’, 그리고 내부와 생태계 전반의 ‘협업’이다.
그는 “100년 전에는 개인이 큰 돌파구를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팀 스포츠”라며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생산적으로 일하도록 돕는 도구”라고 말했다.
실패에 대해서는 “과거 문제 분석에 99%를 쓸 필요는 없다. 근본 원인을 파악했다면 해법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며 ‘학습하는 조직’을 주문했다.
마케팅·경영을 전공하고 2014년 머크에 합류해 아시아와 미국, 일렉트로닉스와 라이프사이언스를 두루 거친 이력답게, 기술 로드맵보다 조직의 실행 방식을 앞세운 답변이었다.
■ “한국 칩메이커 목표, 절반만 실현돼도 거대한 성장”
하인 CEO는 한국을 ‘소재 관점에서 톱3 시장’으로 규정하며 “한국 칩메이커들의 목표가 향후 5년간 절반만 실현돼도 엄청난 성장”이라고 말했다.
5년 안에 소재 수요가 두 배로 늘어나는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샘플링·소량 생산 역량을 앞당기고 현지 기관·공급사와의 파트너십도 열어두겠다고 했다.














